“연두빛 물든 여주 주어사지에 화합의 오색연등 밝히다”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26-04-24 08:55
조회
37
전국비구니회, 주어사지 안내판 수정설치 1주년 기념법회
사부대중 70여명 ‘주어사지의 보존과 활용’ 주제 담론
광용스님 “역사적 진실 종교평화의 이치 함께 연구해야”
주어사지 법당 터에서 다함께 ‘5분 선명상’ 원만회향

전국비구니회 소속 비구니 스님들이 4월23일 여주 주어사지 법닫터에서 가사 장삼을 수하고 오색 연등을 밝히고 여법한 위의를 갖춘 가운데 반야심경을 봉독하는 모습이 장엄하게 느껴진다. 주어사 법당자리 뒷산이 조선시대에는 주어산으로 불릴 정도로 주어사의 사세가 컸다고 전한다.

스님들이 웃음을 머금으며 주어사지에 연등을 올리는 모습이 환희롭다.

주어사지 법당 터에서 스님들이 불자들과 함께 선명상에 임했다.
“주어사지는 더 이상 ‘갈등의 공간’이 아닙니다. 종교간 ‘공동 기억의 터전’으로 선언하는 것에서 보존의 첫걸음이 시작돼야 합니다.” 천주교 발상지로만 알려져 불교사의 귀한 흔적이 묻힐뻔했던 여주 주어사지 현장에서 주어사를 새롭게 복원·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담론이 나왔다.
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스님)는 4월23일 여주 주어사지 법당 터에서 ‘주어사지 종합안내판 수정설치 1주년’을 기념하여 ‘다종교 시대의 진정한 가치’를 주제로 주어사를 둘러싼 역사적 가르침을 이야기하는 담론의 장을 열었다. 주어사지 종합안내판이 전국비구니회 주도로 불교와 천주교 역사 모두를 아우르는 문구로 교체된지 1년만이다.
이 날 행사에는 전국비구니회 회장 광용스님을 비롯해 수석부회장 수경스님, 부회장 혜욱스님, 총무부장 돈각스님, 기획실장 금해스님, 문화포교부장 대원스님, 총무국장 유정스님, 교육국장 원일스님, 교무 선나스님과 하남 상불사 주지 동효스님, 강화 화개사 주지 원준스님, 여주 석불암 주지 동주스님 등 스님들과 신도까지 70여명이 함께 했다.
천지에 봄꽃 만발하고 연두빛으로 곱게 물든 산나무를 벗하며 마을서 8km 떨어진 주어사지 법당터까지 구슬땀을 닦으며 올라온 사부대중은 텅빈 사지에 형형색색 연등부터 밝혔다. 전국비구니회장 광용스님은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분명 인연의 고리가 있었을 것이다”면서 “역사를 지켜내고 바로 세운다는 것은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정신을 바로 세우고 땅과 자연을 지키는 것이며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이 곳 주어사지에 깃든 역사의 진실과 종교평화의 이치를 앞으로 함께 연구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전국비구니회장 광용스님 인사말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장 진명스님도 “주어사지는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될 사지”라며 “주어사지의 사례를 통해 전국 각지 수많은 사지들이 역사적 변형의 현장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발벗고 나서서 바로잡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비구니회 수석부회장 수경스님은 간략하지만 의미있는 모두발언을 했다. “올해로 주어사지 참배 6년째 접어듭니다. 지난해 공무원들을 상대로 지난한 작업 끝에 현판을 새로 교체했습니다. 역사적 상황에서 실학사상이 팽배하고 서양의 문물과 사상이 들어올 때 스님들은 반대하지 않고 그러한 사람들이 강학을 할 수 있도록 터전을 사찰에 마련해주었습니다. 그 정신은 자비와 불교의 화합정신입니다. 그러한 정신을 이 나라가 전 세계가 본받을 수 있도록 주어사지를 단단한 터전으로 만들어 널리 알렸면 좋겠습니다.”
주어사지 법당터에서는 본격적인 담론의 장이 펼쳐졌다. 주어사지 안내판 수정설치까지 큰 공덕을 쌓아올렸던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주어사지 안내판 수정설치 1년, 그 의미’를 주제로 “안내판 수정재설치는 단순한 시설 정비가 아니라 이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서술할 것인가를 둘러싼 오랜 문제의식이 하나의 형태로 드러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민 연구위원은 “기존 안내판이 천주교 중심 서사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담고 있었다면, 수정재설치가 된 안내판을 통해 주어사지가 본래 불교사찰 터라는 사실과 그 역사적 역할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편중된 서술을 다층적인 역사 맥락으로 확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순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안내판의 수정재설치는 단순한 행정절차의 결과라기보다, 현장을 기반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방향을 제시해온 전국비구니회의 실천과 이에 힘을 실어주신 불자들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의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의 참여 속에서 조정되고 다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민 연구위원은 또 종교공존의 공간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주어사지는 불교와 천주교의 역사적 접점이 형성된 장소”라며 “때문에 이곳은 어느 한쪽의 이야기로만 한정되기보다, 관계와 접촉 그리고 공존의 흐름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도 ‘주어사지 보존 방향’을 제시하면서 “주어사지는 종교간 화해를 체험하는 공동순례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주어사지를 지킨다는 것은 그동안 출토된 돌 몇 개와 기와 몇 장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미워하던 역사를 부끄러워하며, 종교적 승화를 통해 서로를 지키겠다도 다짐하는 우리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수정된 종합안내판에 QR코드를 통해 영상 해설, 연구 논문 요약, 지역 주민과 스님, 전문가들의 구술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해설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이 터는 어느 한 종교만의 공간이 아니라 고통받던 이들을 품어 안았던 대승보살의 원력을 증명하는 터”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이병두 종교평황연구원장
마지막 담론은 주어사지 사례를 견주어 최근 종단 안팎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천주교 세계청년대회를 주제로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이 문제의 핵심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원장은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천주교단에 큰 행사이고 설사 천주교인이 아니라도 대회가 성공해서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으므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부지원이 이뤄지는데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이 행사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행사를 마친 이후 오랜 기간 지원을 이어간다는 발상 자체에 ‘천주교를 국교 수준으로 예우한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종교계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에는 공공성과 형평성 중립성의 원칙이 지켜져야만 한다”고 밝혔다.
함께 한 사부대중은 종교갈등과 화합의 상징과도 같은 주어사지에서 정부의 종교편향적 정책이나 특정종교에 대한 지원행태를 감시하고 바로잡아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병두 원장의 말처럼 “그것이 오늘 주어사에 모인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자 진정한 자비와 상생의 길”임에 공감했다.
이 날 주어사지 종합안내판 수정 설치 1주년 기념법회는 참가대중이 한자리에 모여 회장 광용스님의 지도로 ‘5분 선명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여주=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출처: 불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