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회, 7월 11일 종합안내판 재설치 기념식
광용‧진경 스님 등 70여 명 동참
15년만에 변화…축하 연등 설치도
“향후 지속 활용 방안 고민” 당부



조계종 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는 7월 11일 여주 주어사지에서 ‘종합안내판 수정 재설치 기념식’을 개최했다.조계종 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는 7월 11일 여주 주어사지에서 ‘종합안내판 수정 재설치 기념식’을 개최했다.

주어사지에 불교와 천주교의 역사가 함께 담긴 종합안내판이 세워지면서 종교 간 역사가 공존하는 ‘공공성지’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안내판 설치를 기념해 현장을 찾은 불자들은 천주학을 공부하던 이들을 보호하다 폐사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주어사 스님들의 용기와 자비를 기리며 “불교 역사를 바로 세우고, 이를 계기로 종교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는 7월 11일 여주 주어사지에서 ‘종합안내판 수정 재설치 기념식’을 개최했다. 주어사는 가톨릭에서 ‘천주교 강학이 처음 시작된 성지’이지만, 불교에겐 ‘타 종교인을 보호하다 스님들이 처형되고 절이 폐사된’ 뼈아픈 기억이 서린 곳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는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진경 스님, 비구니회 운영위원장 진명 스님, 수석부회장 수경 스님, 승가연구소장 심원 스님, 부회장 혜욱 스님 등 비구니회 소임자 스님들,  아리담문화원장 송탁 스님,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이길수 대한불교청년회장과 여주시청 박내태 문화유산팀장과 최지환 문화예술과 주무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어사지 경내에 축하 연등을 다는 사회부장 진경 스님과 이길수 대불청 회장주어사지 경내에 축하 연등을 다는 사회부장 진경 스님과 이길수 대불청 회장





회장 광용 스님.회장 광용 스님.

기념 행사는 주어사지 경내에 연등에 다는 것으로 시작해 안내판 설치까지의 경과를 공유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회장 광용 스님은 “비구니회 12대 집행부부터 꾸준히 이어온 역사 회복 활동이 13대 회장이 된 뒤 더욱 절실한 과제로 다가왔다”며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모두가 마음을 모은 덕분에 15년 만에 역사적 진실을 담은 안내판을 다시 세워지는 소중한 결실을 얻었다”고 밝혔다.

스님은 특히 “종합안내판은 단순히 글씨 몇 줄을 바꾼 것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을 바로 세우고 종교 간 화합을 이루려는 노력의 결실”이라며 “오늘 이 순간부터 주어사지는 종교화합과 상생의 장으로 다시금 역사를 써내려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스님은 “많은 이들의 헌신으로 이뤄낸 성과인 만큼, 향후 불교계가 주어사지를 지속적으로 돌보고 지켜가야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석부회장 수경 스님.수석부회장 수경 스님.

수석부회장 수경 스님은 불교 역사가 지워졌던 주어사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던 전국비구니회의 활동을 소개했다. 수경 스님은 “4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분명 절터였지만 불교의 흔적은 거의 지워진 상태였다”며 “2021년 천진암과 주어사지를 중심으로 천주교 성지화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역사적 위기감이 크게 일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전국비구니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학술 세미나, 역사 특강, 현장 답사, 스터디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어사지가 지닌 불교적 의미를 되살리는 데 집중해 왔다.

종합안내판 재설치가 “공공성지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 수경 스님은 “종교와 역사가 함께 숨 쉬는 이 공간이 제대로 보존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리담문화원장 송탁 스님.아리담문화원장 송탁 스님.

2015년부터 주어사지 역사 연구와 현장 대응에 진력해온 송탁 스님도 “왜곡된 역사를 방관하지 않았기에 드디어 올바른 불교 역사를 되찾게 됐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내며 “역사는 유구히 이어지지만, 하루 이틀의 관심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다.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역사 지킴이’로서의 서원을 마음속에 새기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종합안내판 재설치를 축하하는 축사도 이어졌다.

사회부장 진경 스님.사회부장 진경 스님.

사회부장 진경 스님 “이번 안내판 설치는 여주시를 설득해 이뤄낸 실질적 성과로, 비구니스님들의 끈기와 인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진경 스님은 그러면서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특정 종교에만 편중된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창포해수욕장에 세우려던 모세상 설치가 불자들의 각성과 행동으로 중단된 사례처럼, 역사의식 있는 대응이 중요하다”며 “불교의 역사도, 천주교의 역사도 각각 소중하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역사를 존중하면서도 올바르게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상훈 교불련 회장.이상훈 교불련 회장.


박내태 문화유산팀장.박내태 문화유산팀장.

이상훈 교불련 회장은 “주어사는 자비와 희생정신이 깃든 종교 유산임에도, 일부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한국 천주교 시발점이라는 점만 강조해 왔다”며 “특정 종교적 시각으로만 역사를 재단하며 역사 덧씌우기를 해온 어리석음에 대해 장구한 대한민국의 역사 앞에 겸허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주어사지는 주어사 스님들의 상생과 자비의 정신을 기념하는 종교평화의 상징적 공간으로 조성하고 화합과 상생이라는 종교의 참된 가치를 만세에 기려야 한다”며 “오늘 행사가 우리 모두의 각오를 새롭게 하고 불교 역사를 수호하며 한국불교를 중흥시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내태 문화유산팀장도 “안내판 새로 설치하기까지 역사 잘 알기 위해 공부 많이 했다. 오늘 계기로 주어사지가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순의 연구위원.민순의 연구위원.


이병두 원장.이병두 원장.

이날 행사에서는 안내판 문구 수정 자문을 맡아 실질적 변화를 이끌도록 큰 도움을 준 이병두 원장과 민순의 연구위원의 발표도 이어졌다.

민순의 연구위원은 ‘조선 사회 속 불교의 흐름’을 통해 조선시대 사찰에 설치된 ‘독서당’의 의미를 설명했다. 민 연구위원에 따르면 학자들이 사찰에서 공부하는 것을 공식화한 임금은 세종 때로 진관사, 장의사에 독서당을 각각 설치해 교육과 학문 공간으로 활용했다. 민 연구위원은 “조선후기에 이르러 국가의 지원이 없더라도 사찰에서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됐고, 그 풍습이 이어져 18세기에 권철신, 정약용, 이벽 등이 사찰, 즉 주어사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어사가 중앙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지도를 보면 지역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사찰임을 알 수 있다”며 “이 같은 역사가 후손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질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어사지 스님들의 용기와 자비실천’을 주제로 발표한 이병두 원장은 “천주교 측 주장대로 주어사가 최초 천주학 강학지였다면, 외부의 탄압을 무릅쓰고 가톨릭 교도를 받아준 스님들의 선택은 자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 용기는 자비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당시 불교계가 죽음을 감수하며 이들을 숨기고 강학을 가능하게 했던 점을 기려, ‘불교계의 자비와 용기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담긴 비석을 세우는 것도 마땅하다”고 제안했다.

새로 세워진 종합안내판을 보고 있는 스님들.새로 세워진 종합안내판을 보고 있는 스님들.




















기념행사는 5분 동안 명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내영 기자

 김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