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_③ 법륜사 제일선원

[불기2534(2007년)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18-06-22 14:21
조회
2829
[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

법륜사 제일선원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 우리나라 곳곳에 명산명소가 많다지만 그 중에서도 용인 땅은 예로부터 양택이나 음택으로 최상의 길지로 꼽힌다. 문수산은 그 용인의 지세를 도출한 명산으로 백두대간에서 남쪽으로 뻗은 맥이 봉우리 봉우리로 이어져 서울의 삼각산에 닿고, 다시 문수산에 맥을 매듭하여 취기영운(聚氣靈雲)의 지덕(地德)이 집적한 근원이 바로 문수봉이다.
법륜사의 지형을 풍수학적으로 살펴보면 앉은 자리가 연화좌대에 선인이 단정히 앉은 형세이다. 그래서인가, 법륜사의 대웅전 지붕 역시 여느 대웅전과 달리 활짝 핀 연꽃 좌대를 연상시킨다. 또한 주위를 둘러싼 산세가 범궁(梵宮)을 두루 감싸고 있는 듯하여 절 이름을 법륜(法輪)이라 하였다 한다.
창건주인 상륜(相侖)스님은 팔십 고령임에도 현재 법륜사 제일선원의 선원장으로서 후학 지도에 일념을 다하신다. 선원의 이름을 제일선원이라 한 데는 제일가는 선원으로 만들고 싶은 스님의 원력이 담겨 있다. 과연 그 원력대로 제일선원은 창건된 지 불과 10년 안팎의 세월을 ‘역사’라 이름 붙여도 무방할 만큼 품격을 갖추고 있다.

이번에 방부를 들인 대중은 총 15명. 하지만 세납 9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선객이 오늘도 일대사인연을 짓고 있다. 법희 노스님의 방침에 따라 안거 기간 동안 일체의 바깥출입은 불가하다. 또한 노스님의 선풍대로 묵언 수행이 엄격히 지켜지며 조석예불에는 누구도 빠질 수 없다. 자신을 밝히는 선 수행이지만 그에 앞서 불조(佛祖)에 대한 돈독한 신심이 우선해야 한다는 노스님의 유지가 살아있음이다.
제일선원의 가풍은 단지 수좌들의 참선수행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시민선원을 개원하여 40여 명의 수행인들이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비록 선원이지만 교리강좌나 요가강좌, 철야기도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지평을 넓혀주는 한편 자신의 모습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시민선원의 참선수행 지도는 선방 스님들이 일부 맡기도 한다. 그야말로 십우도에서 반본환원의 도가 그대로 실천되고 있는 현장이다.
복잡한 현 시대에 선원의 역할에 대해 선원장 상륜 스님은 일갈하신다.
“선원은 마음을 다스리는 곳입니다. 그를 통해 신심을 굳건히 하고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는 생활을 영위하여 세상 사람의 모범이 됨으로써 바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겠지요.”
선원장 스님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19세에 고암대종사로부터 감화를 받아 수덕사 견성암에서 법희스님을 은사로 득도하였고, 내원사에서 수옥스님으로부터 수학을 하였으며 통도사에서 경봉대종사에게 계를 받았다. 1971년 승가사 주지로 부임하여 대작불사를 마친 데 이어 육군 5군단 내 호국 금강사를 건립하였으며 이후 15년간 5군단에서 6?25 때 희생된 백만 영령의 천도 위령제를 거행하였고, 포항 진해의 해군 포교당에 범종 기증과 아울러 해군장병 3천 명에게 수계를 거행하였다. 수덕사 조실이신 원담 큰스님께서 상륜스님에게 무아(無我)라는 당호를 내렸는데, 생애를 통해 부처님 이외에는 어떤 상대에도 시욕(施慾)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理)와 사(事)를 아우른 선원장 스님을 보필하고 뒤를 이어 주지 소임을 맡은 현암(鉉庵) 스님은 제일선원의 운영방침에 대해 선원장 스님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겸허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찰의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방안들을 몇 가지 내놓았다.
일하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일하는, 그야말로 일일부작(一日不作)이면 일일불식(一日不食)이라는 옛 스님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 봉행하고 있다 하겠다.

대부분의 비구니 선원이 그렇듯이 제일선원도 해제법문은 수덕사에 가서 듣는다. 결제 중 법문은 한 달에 3번 정도, 대중스님들이 원하는 큰스님의 법문을 테이프로 듣는다. 선원 자체적으로 정기적으로 큰스님의 법문이 펼쳐지고, 수좌 하나하나의 근기에 맞춰 제접이 이루어지는 법 도량의 모습을 잠깐 그려보았다.
공부과정에서 서로 간에 점검하고 탁마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입승인 녹관(鹿寬) 스님은 대부분의 수좌들이 다른 사람의 공부에 대해 서로 언급하지 않는 풍토라 대답하였다. 이는 겸양지도를 아름답게 여기는 우리 전통의 모습에 기인하는 듯 하지만 자신의 공부를 열어젖혀 보이며 도반들의 질타와 반박에 맞설 수 있는 호탕한 기백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 점과 연관한 선원장 스님의 말씀은 또한 경청할 만하였다.
“각 나라 불교 가운데는 토론 문화가 활발한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토론은 경전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논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깨달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논리에 대한 것이지요. 선원에서는 깨달음이 일대사입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옛 법을 버리지 말고 새 법을 찾지 말라”고 단언하셨다.
“그 동안 단식도 해보고 여러 가지 공부를 찾아 해보기도 하고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 각각의 공부가 다 깨달음을 향한 것이니 일리가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한때 다른 공부를 배우면서 단전에 집중해서 보니 그 자리에서 뱃속이 환히 보이더군요. 그러나 이것이 보인다고 그것이 공부는 아니지요. 다른 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금방 보이느냐고 놀라던데, 그런 공부는 결국 아상이 늘어날 수 있고 외도로 빠질 수 있습니다. 간화선은 직접적으로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그만큼 힘이 있고 바른 길입니다.”
법을 밝히는 대목에 이르니 팔십 고령의 스님은 기백이 성성한 서슬 푸른 납자 그대로이다. 원로, 어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행운이다. 이러한 말씀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그대로 살이 되는 귀한 말씀들이다.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에 있어 과거와 현재의 차이에 대해서도 선원장 스님은 명쾌하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대에도 공부 잘하는 것은 제 스스로 잘해서 그런 것이지 돈 들여 과외를 하고 특별교육을 시킨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근본은 다르지 않고, 다만 시대가 다를 뿐이라 하였다.

선원 스님들에 대한 복지에 대해 종단에 바라는 사항을 물었다. 절 살림을 맡아 운영을 하는 스님들에 비해 선방 수좌 스님들은 생활이 핍진한 것이 사실이다. 입승스님은 선방 스님들을 대신하여 월 보시금 제도에 대해 말하였다. 현대 사회가 자본주의 시대인 만큼 생활비가 필요한데 입고 먹는 것은 해결한다 해도 몸이 아플 경우 약값이나 병원비, 보험료 등의 후생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종단이나 여러 단체, 단위 사찰들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많이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선원장 스님은 후학들에게 화합을 강조하였다. 선배가 있으니 후배가 있고, 후배가 있어야 맥이 이어지는 것 아닌가. 그러니 선배는 후배를, 후배는 선배를 받들고 아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스님은 푸른 선객의 선기(禪氣)를 당부하였다.
“비록 비구니의 몸이지만 세상에 못할 일은 없습니다. 비구라 하여 코 높일 일 없고 비구니라 하여 코 낮출 일 없습니다. 마음에는 비구 비구니의 차별이 없으므로 장부의 뜻을 품고 공부에 매진하여 부처님의 법맥을 이어 나갑시다.”

말씀을 이어나가는 과정에 법당에서 사시기도 시작을 알리는 종성이 울려 퍼졌다. 땅 땅 땅땅땅… 작게 시작된 소리의 파동이 점차 커져간다. 세상이 변하고 있으므로 그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너무 쉽게 흔들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법의 대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선 거목의 그늘에 들면 잠시 전 세풍에 흔들렸던 마음을 걷어내고 다시금 불조의 원음을 새기게 된다. 21세기 제일가는 선원을 지향하는 제일선원에서 또다시 세심(洗心)의 감화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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