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 전국비구니회 발전을 축하드립니다

[불기2534(2006년)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18-06-22 14:15
조회
3067
[치사] 전국비구니회 발전을 축하드립니다

지관스님


전국비구니회의 <회지>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부처님의 재가 제자로 부처님과 승단을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마가다(Magadha)의 빔비사라 왕에게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절세미인’이라는 평가를 받던 케마(Khema) 왕비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교만(驕慢)한 마음이 넘쳐났으며, 외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고 마음을 닦는 일은 경멸(輕蔑)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도도했던 케마 왕비도, 부처님께서 조용하게 전해주시는 가르침을 듣고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고, 마침내 남편인 빔비사라 왕의 허락을 얻어 출가하여 각고의 수행 끝에 마침내 ‘지혜제일(智慧第一) 비구니’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을 키워주셨던 마하파자파티(Mahapajapati) 왕비가 어렵게 출가하여 비구니가 된 이래 수많은 여성이 부처님께 귀의(歸依)하여 비구니가 되었습니다. 마하파자파티나 케마 비구니처럼 왕비를 지냈던 이들도 있었고,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극심한 세속생활의 고통을 겪다가 부처님을 친견하고 가르침을 받아 비구니가 되어 ‘번뇌를 소멸하고 궁극의 해탈을 얻는 새 길’을 찾고 치열한 수행을 하여 깨달음음 성취한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출신 배경과 세속의 경험을 지닌 이들이었지만, 마치 수많은 강물이 모여서 똑 같은 소금 맛을 지닌 바다를 이루듯이 승가의 일원이 되어서는 일심(一心)으로 수행 정진하여 많은 분들이 깨달음을 성취하고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다른 종교의 여성 성직자들이 지금까지도 교단 내에서 보조자의 위치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달리, 비구니 스님들은 출발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물론 사회 ? 경제 및 정치적 배경과 역사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비구니 스님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비구니 계단이 소멸되어 버린 곳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역에서도 다른 종교에 비해서는 교단 내의 양성 차별이 비교적 덜 심각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 불교는 다른 어느 불교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이 큰 차별을 받지 않고 수행하며, 교학 연구 ? 복지 ? 문화 활동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포교 일선에서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지도에 앞장서서 우리 불교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등불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비구니스님들의 구심이 되는 비구니회관을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건립하여 세계 불교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우리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게 되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비구니 스님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에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일에도 적극 참여하여 많은 성과를 이룩하였으며 ‘비구니 계단이 단절된 남방 불교국가’들에 비구니 교단을 복원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 옛날 히말라야 산맥을 넘고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사막을 헤치며 전법(傳法)에 나섰던 스님들 덕분에 이 땅에 불법이 전해지고 오늘 우리가 불은(佛恩)을 입게 된 것에 비견(比肩)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일은 결코 쉽게 이룩되기 어려운 과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원력(願力)이 확고하면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진심으로 이 불사를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열심히 기도를 한다면, 남방 불교권에 비구니 교단이 복원되는 일도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이룩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날로 증대되어가는 여러분들의 역할에 비해, 아직 종단 차원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종단의 수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과 역량에 걸맞는 위상이 더욱 확립되도록 적극 후원하겠습니다.

이제 세계 속에 한국 불교를 알리고 정착시키는 일에 있어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비구니스님들의 노고를 치하(致賀)드리며, 소임자 스님들을 비롯한 전 비구니 스님들의 치열한 수행 정진과 포교 원력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 불교의 발전과 불국정토 건설은 우리 힘으로 이룩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앞으로도 변함없이 애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불기 254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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