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의 위계장화를 위한 제언

[불기2534(1998년)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18-06-22 13:21
조회
1883
승려의 위계장화를 위한 제언

정성 스님/비구니회 호법부장


Ⅰ. 시작하는 말

즈음 종단에는 승가의 위계를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사미(니)의 예비승들에게 발급되는 승려증과 의복·호칭에 있어 비구(니)와의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늦은 감은 있지만 승가의 위계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의 의의가 있다.

사미는 범어로 스라마네라(Sramanera)이며, 의역하여 행자(行者)·근책남(勤策男)이라고 한다. 사미니는 스라마네리카(Sramanerika)이며, 의역하면 근책녀(勤策女)라고 한다. 사미(니)는 이 기간동안에 승려가 될 자질로 십계와 스승을 공경하는 법, 대중과 함께 생활하는 법, 예배하는 법, 법문듣는 법, 행주죄와 어묵 동정에 있어서 승려로서 가져야 할 몸가짐, 경전 배우는 법, 선당에 참여하는 법, 걸식하는 법, 제방의 선지식 참방하는 법 등 24科 284條의 본격적 수도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몸에 익힌다. 이러한 수행과정을 일정기간 거친 후에 구족계를 받고 승려로서 승단의 일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조계종은 사미(니)계만 수지하면 묵시적으로 승려로서 수행과 포교 등의 일선에서 지도자로서 활동하고 종단의 일에도 관여해 왔다. 종단 외적으로는 아직 승려로서 가치관과 이념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 사회 활동을 전개하다보니 승려의 위상에도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위와 같은 승계는 사미(니)·구족계 이후에는 제도적 장치가 없이 단지 관습적인 차원에서 예우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승려와 예비승과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제반문제들이 모순점으로 노출되었다.

이에 대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데 있어서 체계화되고 일원화된 교육과 개인의 의식향상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사미(니)를 승려가 아닌 예비승으로 규정하고 이에 수반되는 호칭이나 복식·행정적 제도가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예비승과 승려의 차별화는 필요하다. 예비승의 철저한 교육과 승려의 재교육을 통해서 위계를 확고히 한다면 지금의 위계에 있어서 무질서한 점은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차별화를 위해서 먼저 승의(僧衣)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Ⅱ. 승의의 변천과정

승복은 승의(僧衣) 또는 법의(法衣)라고도 한다. 원래 부처님은 가사를 제정하여 승복의 기본으로 삼았다. 삼의(三衣)면 충분하고 또한 의제에서 신분이나 차별화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뒤 인도에서는 가사를 사계절의 평상복으로 착용하였는데, 중국에 전래되어서는 기후와 의습속(衣習俗)의 차이에 따라 상의로써 편삼(偏衫) 위에 걸치게 되었다. 《삼국유사》〈자장〉조에 보면 자장스님이 중국에 유학하고 오면서 중수복식을 들여온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중엽 이후부터 고려말까지 약 1,000년 동안 중국의 흑장삼과 붉은 가사를 받아들여 전통적인 우리옷 위에 착용하였다.

1. 신라시대의 승복

신라·고려시대에는 승계와 위계가 엄격하였음을 문헌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승복으로 위계를 표시하였던 것은 삼국시대부터 엿던 것을 문헌상으로 보면 《삼국유사》〈원종흥법조〉에 보이는 피방포로서 이는 가사로 추측되는데, 이는 중국에서 건너온 옷으로 신라 의상대사 이후 승통이 확립되면서 화려하게 되었고 계층을 이루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2. 고려시대의 승복

고려시대의 승복은 《고려사절요》《고려도경》에는 승려가 백삼·난삼·피화·관영 등의 사용을 금하고 흑건이나 대관을 착용하게 하였음에서 승려복에 복색 제한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고려도경에는 신분에 따른 승복이 자세히 실려 있다. 이에 기록된 승복은 다음과 같다.

① 국사복(國師服)은 납가사(納袈裟)·장수편삼(長袖偏衫)·자상(紫詳)·금발차하(金跋遮下)·오혁영리(烏革鈴履)를 착용하였다.

② 삼중화상대사복(三重和尙大師服)은 자황첩상(紫黃貼廂)의 복전가사(福田袈裟)에 장수편삼·자상을 착용하였다.

③ 대덕복(大德服)은 단수편삼(短袖偏衫)에 괴색(壞色) 괘의(衣)와 황상(黃裳)을 착용하였다.

④ 사미비구복(沙彌比丘服)은 괴색 포의에 자상과 납의를 착용한다. 처음에는 토황색 계통으로 괴색된 베옷을 입다가, 계율을 닦아 높아지면 자의를 입고, 도를 닦아 보다 더 높아지면 납의를 입었다.

⑤ 재가화상복(在家和尙服)은 백저착의(白紵搾衣)에 요속조백(腰束早帛)을 착용하였다. 재가화상은 승려의 계율이 없었고 복장도 백저착의에 조백으로 허리띠를 하는 상고시대의 민서복 차림이었다.

3. 조선시대의 승복

조선시대의 승복은 조선시대 초에 일본에 사여한 목록을 근거로 추정하면 다음과 같다. 그 내옹은 대홍라가사(大紅羅袈裟) 초록라(草綠羅) 장식 1건, 자라괘자(紫羅掛子) 아청라(雅靑羅) 장식 1건, 남라장삼(藍羅長衫) 1건, 흑마세포(黑麻細布) 15필, 홍세저포(紅細紵布) 15필,자사피(紫斜皮) 승혜(僧鞋) 1쌍이다.

여기에 가사·장삼·승혜가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와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세종 때의 금령에 승려의 외복에 흑색의 사용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대체로 회색과 비슷한 거무스레한 색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색은 승복의 전통이 되어 현재에도 승려의 장삼과 평복 및 소지품에 주로 쓰이고 있다.

4. 현대의 승복

현대의 승복은 승의착복규(僧衣着服規)에 의하면, 입산수도의 초학자가 스승을 정하여 5계와 10계를 받으면 조수가 없이 하나로 된 마니가사(摩尼袈裟), 사미계를 받으면 5조가사, 비구계나 비구니계를 받으면 하품(下品) 2장 1단의 5·7·9조가사, 250계를 받으면 중품(中品) 3장 1단의 15조·17가사, 정종(正宗) 및 대종사(大宗師)는 상품(上品) 4장 1단의 21·23·25조 가사를 입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사는 법의로서 장삼 위에 착용하는데 이것은 종파와 승단의 법계에 다라 조금씩 다르다. 이와 같이 신라·고려·조선시대에 승복은 승려의 계층에 따라서 다양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보면 법계에 따라 승의가 확연하게 구분되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승계에 따라 복색이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사미와 비구와는 복색의 차이는 없었던 점이 주목된다.

Ⅲ. 승복의 차별화

원래 부처님 당시 교단에서는 예비승과 구족계의 승려가 분리되어 있지는 않았다. 단지 부처님께서 '善來比丘여! '하면 저절로 삭발이 이루어지고 가사가 입혀지면서 출가 수행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의복이나 호칭 등에 구분이 없었다.

승복의 간소화 문제에 있어서 종단차원은 아니지만 여러차례 교계에서 거론된 적이 있었으나 구체적인 거론은 아니었다. 에비승과 승려와의 차별화에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승복이다. 지금까지는 행자를 제외하고 사미(니)에서부터 대덕스님에 이르기까지 승의에 차이가 없었다. 다행히도 종단이 3원체계로 분권화 되면서 교육원에서 보다 심도있는 고민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초교육개혁위원회에서 제시된 안건으로는 승의를 차별화 하는데 있어서 기존의 승복에 깃과 소매에 가사색을 덧붙이는 것으로 고문의 자문을 구하여 실행하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장점보다는 문제점으로 남는 부분을 보완하는 측면에 몇 가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는 착용문제이다.
설사 깃과 소매에 차별화를 한다고 해서 본인이나 은사스님들이 이를 얼마나 실천에 옮길지도 미지수이다. 또한 이것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개조할 수 있다. 현재 일선에서 예비승들이 수행과 포교를 하고 있다. 예비승들이 이를 착용하고 의식집전 등을 할 경우 재가 불자들이 삼보로서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하는 혼돈을 초래하여 승려의 위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것으로 이것들을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승가대학 등 단체에서 이를 솔선수범하여 정착시키는데 협조가 필요하다.

둘째는 승의의 법제화이다.
불교는 내용은 있으나 형식이 무시되어 외부로부터 보여지는 모습은 질서가 혼란해 보이기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승의를 차별화해서 이를 착용하고 안하고에 있어서 구속력이 없다면 개인의 의식에 맡기게 된다. 즉 이것은 정해진 승의를 입어도 안입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굳이 차별화된 승의를 입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단적인 예를 들자면 기존의 승려들이 착용하는 승의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서 전통한복 형식의 승복을 착용하는가 하면 편리함에 중점을 둔 몸베 형식의 승복을 입는 스님들도 많이 있고, 신발이나 두발 모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종단의 제도에서 의무조항을 만들어 놓고 종단에서 옷과 신발을 규정해준다면 정착이 가능해진다.

셋째는 승의를 종단에서 지급하는 건이다.
현재 승복은 시중에서 재화만 지급하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승복은 스님들의 일상의 평상복이기도 하지만 수행과 성직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스님을 사칭하기도 아고 종단에서 지급하는 승복을 착용하게 한다면 승복을 시중에서 구입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승려를 사칭하는 자들이 승복을 쉽게 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공급에 있어서는 몇 개의 지정업체를 지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종단에서 직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모양을 갖추는 작업의 일환으로 먼저 행자복이 만들어져 모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바람직 하다고 할 수 있다. 행자가 따로이 복식을 갖추었다는 문헌은 나타나지 않지만, 현재 종단에서 행자로서 수행해야될 수행복으로 효율성에 비중을 두어 괴색에 가까운 색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Ⅳ. 결론

부처님 당시에는 의·식·주에 있어서 평등한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그러나 교단이 확대되고 전파되면서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나 승의에 있어서 승계에 따라 본색이나 모양이 차별화 되어 위계를 정리하고 있었다. 고려시대에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점들은 조선시대에 영향을 주고 현대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와 근대를 거치면서 의제와 승계 등의 품계가 정비되지 않고 있어 승단에는 위계의 질서가 무너져 가고 있다. 승단의 위계를 확보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것부터 실천하려는 의지는 분명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부처님의 근본정신인 평등사상에 어긋나지 않고 옛문헌의 고증을 거치는 것도 승복에 있어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 하나 우리가 비구(니)와 예비승과의 차별화를 위한 작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이 일반 재가불자와 승려와의 의제차별화도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이다. 일반 의제·호칭 등의 일차적인 것부터 정리된 후에 내용에 들어가서 교육과 수련을 통해 승려로서 자부심과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발전적인 모색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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