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이야기 비구니 스타를 기다리며

[불기2534(1990년)7월)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18-06-22 10:45
조회
1562
[생활속의 이야기] 비구니 스타를 기다리며

윤청광/방송작가협회이사


'비구니'스님이라는 말만 들으면 나는 덜컥 겁부터 난다. 비구니 스님한테 두 번씩이나 호되게 혼이 났기 때문이다. 비구니 스님께 처음 호되게 혼난 것은 벌써 10여년전 일이다.

나는 1959년에 동국대 영문학과에 입학했었는데, '동대신문'기자로 입사한 덕분으로 다른 학생들보다는 자주 스님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고 동대신문에 실리는 고정란 '보리수'교정을 보느라고 늘 불교와 관계를 맺어야 했었다. 그러다 보니 불교대학생도 아니고 출가자도 아닌터에 불교에 빠져들게 되었고 턱없는 애정을 가지게 되어 '한문의 감옥'에 갇혀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일반 사람들 곁으로 해방시켜야 한다는 엉뚱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불교는 어렵다'느니 '불교는 배우기 골치 아프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불교를 쉬운 글로 전할 수 없을까를 끙끙대면서 앓아왔다. 부처님께서는 길거리에서도 드려주시고, 농부에게도 들려주시고, 이발사, 술집여자들에게도 드려주신 저 자비로운 가르침이 어찌하여 한문의 틀에만 갇힌 채 우리나라에서는 '어렵고 골치아프고 알아듣기 난해한'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안타까웠던 것이다.

MBC문화방송에서 방송작가생활을 해오면서 방송작가들에게 불교를 전하기 위해 '방송작가 불교세미나'를 마련해서 불교를 전하는 기회를 가져보았지만 초빙된 스님께서는 여전히 알아듣기 어려운 법문만을 해주실 뿐, 시원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1980년 감히 '동국출판사'를 설립하고 두 번째로 펴낸 책이 '나는 왜 속세를 떠났나'였다.

이 책을 서점에 펴놓고 광고를 내었더니 몇 분의 비구니 스님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대뜸 "너 이놈!"이었다.

"비구니까지 천하게 팔아먹다니 세상에 못된 놈!" "비구니의 사생활을 상품화하여 팔아먹으려 하다니 이럴 수가 있느냐?"

다행히 그 비구니 스님들은 아직 그 책을 사보지는 않은 상태였고, 광고만 보고도 화가 나서 전화로 야단부터 치시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그 책을 보신 후에 과연 불교를 위해서나 비구니 스님들을 위해서나 해가 되는 내용이 있는가를 확인하신 연후에 야단을 치시라고 싹싹비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다짜고짜 "너 이놈!"호령부터 하셨던 노비구니 스님이 다시 전화를 주셨는데 "비구니 망신시키는 책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는 아니하니 천만다행이지만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은 반갑지 않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그러나 이런 책은 많이 나올수록 좋고, 이런 방식으로 불교는 대중과 만나야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두 번째 비구니 스님들로부터 호되게 당한 것은 7년 전쯤의 일이다. 〈법륜〉이라는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불교를 망치는 마구니'들에 느닷없이 우리집 전화벨이 울려 받았더니 다짜고짜 "너 이놈!"부터 터지는게 아닌가?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너 이놈!" 전화는 쉴 사이없이 집으로, 사무실로 빗발쳤다.

나중에 알고보니 '마구니'를 인쇄소에서 모조리 '비구니'로 잘못 고쳐 비구니가 불교를 망치는 걸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 때문에, 글 때문에 비구니스님한테 어찌나 호되게 "너 이놈!"소리를 들었던지 식은 땀깨나 흘렸지만 그리도 나는 비구니 스님의 스타가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시를 통한 포교, 수필을 통한 포교, 그보다 더 좋은 불교의 대중화가 또 어디 있을 것인가?

불교는 더욱 더 고독한 청소년들과 어울려야 하고, 괴로운 사람들에게 속삭여야 하고,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비구니 스타'는 앞으로 많이 나타나셔서 이 혼돈의 시대에 자비로운 목소리를 나누어주셔야 한다. "너 이놈!"소리를 열 번 백 번 듣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서 나는 글 잘 쓰시는 덕 높으신 비구니스님을 늘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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