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불교와 여성 현대사회의 낙태관

[불기2534(1990년)6월)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18-06-22 10:41
조회
1880
[특집/불교와 여성] 현대사회의 낙태관

강정숙/한국여성개발원 책임연구원


우리사회의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사회변천은 인간의 性行動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산업화로 인한 인구이동 및 도시지역으로의 집중, 가족규모의 축소에 의한 핵가족화, 이에 따른 가족통제 기능의 약화, 각종 대중매체의 범람으로 인한 성정보의 광범위한 확산 등은 성가치관의 변화를 초래하여 성행동을 보다 개인적인 일로, 가족 및 사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 가치는 성행동을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을 통해서만 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전 성행동에 있어서도 남·녀의 성차에 따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즉 남자에게는 보다 허용적이고, 여자에게는 엄격한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여성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2중기준의 현상은 매우 뿌리깊어 여자에게는 순결을 강조하는 유교적 가치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또한 남자는 여자보다 자유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장이 넓고, 보다 쉽게 성적 대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종래의 사회규범이 남성들의 성행동을 관용해온 다분히 사회구조적인 이유에 기인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혼전 성행동의 증가와 남·녀의 성행동에 대한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미혼모의 급증현상과 이에 대한 사회적 태도이다.

미혼모란 혼전 임신을 하였으나 결혼이나 마지막 피임수단이라고 보는 인공임신중절에 실패하여 출산한 경우에 해당된다. 이러한 미혼모의 수는 1973년에 160명에 불과하던 것이 1978년 3,025명, 1981년 5,069명, 1983년 9,518명, 1985년 10,383명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혼모의 증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와 같은 혼전 성행동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에 덧붙여 기혼여성의 인공임신중절 경험율이 꾸준히 증가하여 82년이래 50%를 넘고 있으며 우리나라 주부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unwanted pregnancy) 의 해결을 인공임신중절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공임신중절이란 모체나 태아의 질병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임신을 중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임신중절은 인류사와 더불어 있어 왔으며, 각 국에서 낙태죄로 취급되어 오다가 2차 세계대전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유화의 추세를 취하여 50년대에는 동구권의 사회국가가 자유화하기에 이르렀고, 60∼70년대에는 많은 선진국들이 최소한 모체건강사유인 경우에 이를 합법화하였다. 그러나 세계인구의 24%, 또한 개발도상국의 33%는 아직도 모성 건강사유의 인공유산도 허용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유산에 관한 우리나라의 법규는 형법 제27장에 낙태의 죄로 규정되어 있다. 즉 형법 제269조(낙태)에 자신의 낙태죄와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에 의사들이 낙태에 관한 규제가 명시되어 있다. 낙태죄는 모체 밖에서 살 수 없는 태아를 여성 밖으로 배출시키는 곳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라고 이해한다.

인공임신중절은 인간의 생식현상(生殖現象)에서 파생되는 다른 문제와는 달이 많은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윤리 도덕적인 측면과 종교 및 합리성에 고나한 논의는 제외하더라도 의학적 문제, 인구학 내지 사회,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인공임신중절이 성행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간과할 수 없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합법화의 추세도 60년대의 가족계획사업의 추진에 따라 낙태죄는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보건사회부는 인공유산의 조건부 합법화를 골자로 한 모자보건법을 제정하였다.(1986년 법률 제3824호) 모자보건법에 의하면 ①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한 우생학적 도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간강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혼인 및 혈족 관계에서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낙태가 모성건강에 한하여 허용되어, 불법인데도 실제로는 많은 경우에 낙태가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법이 死文化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88년도에 태어난 신생아 수는 60만 명이며, 인공유산된 태아는 1백 20만 명이나 된다. 또한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과반수가 넘는 83%가 인공유산을 경험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우리 형법이 인공임신중절을 낙태죄로 벌하면서 모자보건법의 적응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법체계상 부자유스럽다. 또한 그 적응 규정이 엄격함에도 불구하고 낙태가 자유롭게 행해지고 있는 현실과는 큰 거리가 있다.

한편 인공임신중절에 대하여 양성평등(兩性平等)과 여성의 인간존엄, 즉 여성학적 관점에서의 비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인공임신중절이 주로 국가의 인구정책의 필요에서 인정된 연혁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이 여성의 권리의 보호 차원에서 인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오늘날의 경향은 인공임신중절을 여성의 개인적 권리로 인식하여 점차 자유화해가고 있는 조류다. 이러한 경향은「여성차별철페조약」제16조 1항 9가 규정하고 있다. "아동수 및 출산간격은 자유로 또는 책임을 가지고 결정함과 동시에 이 권리의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정보·교육 및 수단을 이용하는 남녀의 동일한 권리"의 보장조항과 같은 것이다. 앞에서 살펴 본 우리나라의 법규는 이 차별철폐조약에 위반되는 것이다.

낙태의 자유화는 오늘날 세계적 경향이라 할 수 있다. 1967년 영국에서 낙태법(Aboution Act)이 제정되어 낙태의 자유가 확대되었으며,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낙태의 가·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의 개인적 권리라고 인정하여 임신 3개월까지 임산부가 의사와 상의하여 낙태로 결정하는 것을 주권이 금지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全美 여성연합(NOW)에서는「낙태는 피임법의 하나일 분이며 여성이 선택할 권리가 있고, 정부도 안전한 낙태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적인 측면에서의 인공임신중절은 합병증과 후유증을 야기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공유산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이라고 할 수 있는 모성사망률을 살펴2보면 임신 2개월 이전의 모성사망률은 10만인의 유산당 0.4∼0.6번에 불과하며, 8주 이후 유산의 상대적 사망률은 2주일이 가산될 때마다 2배씩 증가한다.

레볼트(Le Bolt, 1982)는 유산의 사망률은 분만 후 사망률의 1/7정도라고 추정하였다. 그 외 합병증으로 자궁출혈, 자궁천공, 태반잔류, 복막염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차후 임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의 보고에 의하면 자연유산, 조기분만, 저체중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인공유산 후 자궁유착증이 생기면 불임이 되기도 하고 이후 임신이 되었다 하더라도 유착태반이나 자궁경관임신 등을 초래하게 된다.

인간적, 사회도덕 내지 윤리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인공임신중절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놀랄만큼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미혼여성이나 기혼여성들이 무분별하게 인공임신중절 받음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많은 합병증과 위험, 심리적 죄책감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시급한 형편이다. 더욱이 인구증가 억제를 위해 정책화된 가족계획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사전 피임방법의 계몽이 요구된다.

이상 인공임신중절에 대하여 발생요인과 법적, 여성학적 입장 의학적인 후유증을 살펴보았다.

인공임신중절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대상별로 알아보면 첫째, 미혼여성의 혼전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성교육의 강화가 요구된다. 단순히 성지식을 전달하는데서 탈피하여 피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다양한 교육방법-집단토의, 시청각 교육자료이용, 대상별(미혼여성, 근로청소년)교육이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기혼여성의 인공임신중절을 예방하기 위해 피임방법에 대한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홍보로 자신에게 적합한 피임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인공임신중절로 고통받는 사람이 여성이므로 여성 스스로 인공임신중절의 위험성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며, 특히 뿌리깊게 남아있는 남아선호 사상과 남·녀의 성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이 불식되어 兩性平等이라는 입장에서 성의식, 성문화가 정착되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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