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에 나타난 여성관 불교의 여성관

[불기2534(1990년)5월)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18-06-22 10:32
조회
2276
[불경에 나타난 여성관]불교의 여성관

차정효


Ⅰ. 서언

불교의 여성관이란 제목은 조금은 딱딱한 느낌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또는 불교의 교리적 입장에서 여성의 모습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런 제목을 설정했다.

한국사회에 불교가 전래된지 1700여 년 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리고 그동안 불교가 한국민족과 역사상에 뿌린 빛과 생명력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민족의 정서 속에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심어 준 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사회통념이나 역사상에 나타난 여성들의 모습,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여성의 인권은 매우 폐쇄적이었으며 남성의 종속물로 취급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국사회를 지배한 지도적 이념- 즉 유교나 불교-에 따라 그 상황이 약간씩 다르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상에 나타난 여성의 인권문제가 어떠하든 이제는 다시 한 번 이 시점에서 불교의 교리체계 속에 보이는 여성관을 재음미함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살아갈 많은 여성 법우(法友)들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주장의 근본적 이유로서 다음의 두 가지를 제기하고 싶다.

첫째, 여성도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기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간성을 존중받고 살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여성도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그 인간성을 충분히 존중받아야만 마땅하다.

둘째, 경전 속에 나타난 불타의 사상은 신분, 계층, 성별, 빈부에 관계없이 인간을 평등하게 취급하고 있다. 다만 유기적(有機的)인 사회 속에서 각자의 능력에 다른 직능적(職能的)인 차별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을 차별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런 사상이 후에는 불성(佛性:누구나 부처의 성품을 내재하고 있다)사상으로 발전한다.

이상의 두 가지 이유에서 여성들의 권리가 억압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제하에 편의적으로 불교의 여성관을 초기와 대승불교로 나누어 고찰하고자 한다.

Ⅱ. 초기불교의 여성관

일반적으로 불교교단에선 비구와 비구니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타미경'에 나타난 비구니 8경법(八敬法)이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동시에 '여인은 성불할 수 없다'는 사상이나 '여성의 5가지 장애설'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에 열거한 문제들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불타의 근본사상인 평등사상과 크게 어긋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설상으로 아난의 간청에 못이겨 여성을 출가시켰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불타의 열반 이후 출가주의, 계행주의, 두타주의를 표방하며 경전을 편찬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적어도 선생경에 나타난 '부부간의 덕목'이나 지극히 폐쇄적 시각에서 여성을 바라보던 당시의 인도사회에서 여성도 출가하여 수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처님이 어떻게 여성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현재도 중동, 인도 등지의 여성들은 단순히 종족을 유지, 존속시켜주는 역할 이상으로는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과히 코페루니쿠스적인 전환이요, 혁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단사적으로는 불타의 열반이후 지극히 보수적이던 가섭존자를 중심으로 유지괸 초기교단에 대해 여성을 출가시키는데 앞장섰던 아난을 비롯하여 부루나, 라훌라(부처님의 친아들), 그리고 사라불과 목견련의 제자인 교범바제 천나비구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설이 있으며, 당시 비구니계를 대표하는 밧지족 출신의 토라난타비구니 등이 가섭을 중심으로 하는 교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전살 등에서 초기불교에 내재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엿볼 수 있으며, 보수적 승려들의 득세는 여성에 불리한 제도나 경전을 편찬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다.

따라서 불교도 여성을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전적으로 찬동할 수 없으며, 그 자체가 인본주의를 표방하며 평생을 교화운동에 전력한 불타의 근본사상과 전적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거듭 밝히고 싶다.

Ⅲ. 대승불교의 여성관

불교사를 살펴보면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는 사상이 부파불교에서 초기 대승불교로 옮겨오면서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여성도 성불을 할 수가 있는데 다만 여성의 몸을 남성의 몸으로 바꿔 성불하게 된다'는 변성성불(變性成佛)사상이다. 이 변성성불사상은 초기 대승불교를 대표하는「8천송반야경」「대무량수경」「대아미타경」「법화경」의 '제바달다품' 등에 보이고 있다.

초기불교에서 강력히 주장하는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 '여성의 다섯 가지 장애'설 등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전술했듯이 불타의 평등주의, 인본주의 사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은 더 계속 될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반면 힌두이즘이 지배적인 당시 인도사회에서 여성관을 지나치게 혁명적으로 뒤바꾸는 데도 어떤 한계상황에 봉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한계상황을 극복하려는 불교사상가들의 고뇌의 산물이 여인 변성성불 사상이라 하겠다.

불타는 평생인간 아니 살아있는 생명체를 사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실체적으로는 교단을 조직하여 당신의 이념을 심어놓고, 그 교단을 사회개혁의 핵심체로 삼으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불타의 사상과는 전혀 배치되지 않으면서 당시의 사회를 수용한 탁월한 사상적 변모가 '여인성불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도 우리들은 불교가 역사상 그 시공을 초월하는 초역사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시대와 공간의 추이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여인변성성불' 사상은 이후 '즉신성불' 사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남성의 몸으로 바꿔 성불할 수 있던 사상에서 여성의 몸 그대로 성불할 수 있다는 사상으로 발전한 것이다. 또 유마경에선 성불을 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남성이니 여성이나 하는 성별의 차별상에 집착하고 있는 성문제자 사리불을 천녀가 꼬집어 주는 보다 과감한 사상으로 발전한다. 이런 사상들은 모두 연기의 실상(유기적으로 실존하는 현상)을 깨닫고, 무집착을 역설하는 '공(空)'사상이나 '우구나 불성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는 여래장사상이 근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비구니 8경법'의 옹졸한 사상은 사라지고「승만경」「법화경」「유마경」에서 보이듯 '여성이 법사가 되어 법을 설한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상으로 발전한다.

Ⅳ. 맺는말

후기 대승불교에서도 여성은 보다 적극적인 사회의 주축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성불자체는 목적이 아니고, 중생구제가 목적이란 사상이 대두된다. 인간 세상의 고뇌를 끊고 다시는 윤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성불도 하지 않는 보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구체적 모습은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창부를 선지식으로 삼아 자신의 가치세계를 넓혀가고, 스스로 짜놓은 범주에 얽메이지 않으며 진실로 생명을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세계를 넓혀가는 모습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사실 여성은 역사상 수많은 질곡을 겪어 왔고, 불교가 제기능을 발휘하여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키는데 앞장서 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제 새로운 전향적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남성과 여성을 분별하는 입장에서가 아니다. 다만 인간이란 측면에서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엄연한 남·녀의 차별에 대해 각 성별에 따른 직능적 역할을 최대한 존중해 주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체 15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51
너는또다른나
성불 | 2026.04.15 | 추천 0 | 조회 46
성불 2026.04.15 0 46
150
[권두언] 지난 4년을 회고하며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2395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2395
149
[치사] 한국불교의 미래를 밝힐 등불이 되길 기대하며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2324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2324
148
[초대시Ⅰ] 석굴람 대불大佛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2187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2187
147
[시사컬럼] 전통사찰, 보존과 홀용의 해법 찾기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2391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2391
146
[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_① 내원사 동국제일선원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2996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2996
145
[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_② 대둔산 법계사선원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3271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3271
144
[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_③ 법륜사 제일선원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2829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2829
143
[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_④ 팔공산 백흥암선원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2854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2854
142
[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 _⑤ 승련사 승련선원
전국비구니회 | 2018.06.22 | 추천 0 | 조회 2717
전국비구니회 2018.06.22 0 2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