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사회윤리 [불교의 정치·경제윤리]

[불기2534(1990년)5월)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18-06-22 10:27
조회
1200
[불교의 사회윤리]불교의 정치·경제윤리

정승석/동국대 강사


정치윤리

"국왕의 관료가 국가의 대계(大計)를 생각지 않고 사리를 도모하며 뇌물을 취하여 정치의 도의를 문란케 하고 인민의 도의를 퇴폐케 할 때, 인민은 서로 속이려하게 되고, 강자는 약자를 학대하고, 상류층은 하층을 경시하고, 부자는 가난한 자를 속이며, 옳지 않은 것으로써 옳은 것을 왜곡하여 재앙과 변란을 증장시키게 된다. 이러한 때는 충실한 사람은 물러나 은둔하고 무리배가 정권을 장악하며, 뜻 있는 자는 자신의 몸에 위해가 가해질 것을 염려하여 입을 다물고, 공권력은 더욱더 남용되며, 자기의 배를 채우는 자가 속출함으로써 민중의 빈곤은 해결되지 않게 된다. 이상과 같은 것은 행정을 담당하는 관료가 충절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인민의 행복을 훔치는 도적이므로, 국왕은 이런 못된 관료를 가장 엄중하게 처벌해야만 한다."

이상은 중부(中部) 경전에 나오는 내용인데, 바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나 있는 양 위정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초기의 경전에서는 특히 군주의 자세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펴고 있는데, 여기서의 군주란 오늘날의 위정자 또는 정치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 들여 이해해야 할 것이다.

먼저 군주의 자질에 대해서는 재물에 집착하지 말고 노하지 말 것 , 항상 군신과 화목하고 충고를 받아들일 것, 항상 즐겨 베풀고 인민과 즐거움을 함께 할 것, 정세와 사법(司法)에서 반드시 법률에 따라 처리할 것, 규문(閨門)을 순결히 하고 처를 보호할 것, 술을 금하여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할 것, 실없는 웃음을 피할 것 등을 지적하고 있다. 또 군주의 의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중시하고 있다. "인민의 부모로서 인민을 보호하고, 인민에게 행복을 부여하고 그의 고통을 제거하여 자애롭게 양육할 것, 항상 인민의 고락을 관찰하고 번영을 도모하여, 매년 수확의 선악을 파악할 것이며, 기쁨과 슬픔을 알고 있을 것. 죄의 유무나 경중(輕重)과 공적의 유무를 알아 상벌을 분명히 할 것. 인민의 실정을 파악하여 보호하고, 시의 적절하게 베풀고 적절하게 거둬들여 생활을 안정시킬 것."

한편 범죄의 처리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점들에 입각해야 함을 지적한다. 즉 사실을 구명하여 그 사실에 따라 처단하되 처벌에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군주에게 힘이 있을 때는 효과가 있으나 힘이 없을 때는 오히려 변란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죄의 고의성을 파악하여 처벌을 결정하되 부드러운 말로 그 죄가 어떤 법규에 해당하는지를 가르쳐서 자신의 죄를 자각하게끔 하길 권한다. 특히 죄를 미워하되 그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자비심으로 범죄자가 죄를 회개하도록 유도하도록 권한점은 공권력에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요즘의 세태를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의미심장한 교훈이다.

이상과 같은 정치윤리는 전륜왕국(轉輪王國)을 통해 상징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다. 이상적 정치인인 전륜왕은 윤리를 완전히 실현한 정신적 지도자로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보편적 진리의 위력으로써 세상을 평정하고 통치한다. 동시에 그는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여 富를 공정히 분배한다.

경제윤리

부처님이 한 바라문에게 들려 준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 불교가 지향하는 경제윤리의 대요를 엿볼 수 있다.

"옛날에 광역왕(廣域王)이라 불리는 왕이 있었는데 강력하고 건강하였으며, 금은과 사치품과 상품과 곡식이 가득한 창고는 물론 호화로운 궁전으로 매우 부유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광역왕은 홀로 앉아서 다음과 같은 생각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재물을 나는 몽땅 갖고 있다. 지상의 모든 영토를 정복하여 내 것으로 삼았다. 나의 행복과 번영을 보장할 거대한 제사를 며칠 동안 지낸다면 탈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제(司祭)인 바라문을 불러서는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행복과 번영을 보장해 줄 대규모의 제사를 며칠 동안 기꺼이 지내고자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가르쳐 주시오.' 그러자 바라문사제는 이렇게 말했다. '왕의 국가는 약탈과 유린으로 곤경에 처해있습니다. 곳곳에 강도가 들끊어 마음과 도시를 약탈하므로 마음놓고 나다닐 수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새로운 세금을 징수한다면 왕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왕께선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지위를 박탈하거나 추방하거나 벌금을 물리거나 구금하거나 사형에 처함으로써 이내 그런 불한당들의 소동을 종식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방종은 그렇게 한다고 하여 만족할 만큼 종식될 수 없을 것입니다. 벌을 받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국토를 유린해 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무질서를 철저히 종식시킬 방법은 딱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왕의 국토에서 목축과 농업에 열심히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식량과 종자(種子)를 제공하십시오. 그렇게 되면 각기 자기의 일에 전념하는 이 사람들은 더 이상 국토를 유린해지 않을 것이고, 왕의 권위는 상승할 것이며, 국가는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서로 즐겁게 지내며 아이들을 팔에 끼고 춤추며 행복해 할 것이고, 대문을 활짝 열고 살아갈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한 마디로 분배의 원칙을 설하는 것으로서 그 핵심은 빈곤하고 역경에 처한자에게 면세의 혜택을, 농부에게 농사의 편의를, 상인에게 자본을, 노동자에게 적절한 임금을 제공하라는 뜻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분재의 원칙이 후대에는 복전(福田)사상으로 발전한다. 이는 미래의 행복의 원인이 될 이타적 행위로서 생산의 문제와 연관시킬 수 있는 경제윤리라 하겠는데, 원래는 승려에 대한 보시의 행위를 중시한 것이었으나 나중에는 일반 민중, 특히 빈곤자나 병자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시설의 확대를 중시하는 사상으로 전개되었다. 즉 사회적 공동재산을 형성하는 행위가 종교적 입장에서 고양(高揚)된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경제윤리에서는 재산을 축적하는 노력이 경시되거나 경멸되지는 않는다. 다만 재산에 집착하는 의식을 경계할 뿐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데에 있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누누이 타인에게 복리를 분배하여 만인이 향수하는 데에 축재의 목적을 두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기자신의 처자를 부양하는 이상으로 부모에게 효양(孝養)하고ㅡ 친척을 돕고, 하인과 고용인에게 적절히 급여하고, 벗을 기쁘게 하고, 빈곤자에게 베풀고, 사문과 바라문에게 보시하는 등의 선행(善行)을 위함이다" 거나 "광야를 여행 할 때의 길동무처럼 가난한 가운데서 나눠주는 사람들은 죽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멸하지 않는다. 이것은 영원한 법(法)이다"는 등이다. 또 이런 축재에서는 오로지 법에 따라야 함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가정경제의 합리적 관리를 위해 수입을 적절하게 지출하는 방법으로 4분법(分法)이라는 것을 제시하는데, 4분법이란 곧 사회적 목적, 생활비, 영업용 자금, 저축으로 나누어 지출하는 것을 말한다. 끝으로 우리의 현실을 반추하면서 새삼스런 의의를 느끼게 하는 것은 경제적 위기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는 8난이라는 것인데, 이중에서도 '왕난(王難)'과 '원가(怨家)의 파괴'가 특히 주목된다. 왕난이란 가혹한 세금이나 부당한 정치에 의해 인민의 재산을 수탈하는 군주를 가리키고, 원가의 파괴란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베풀려 하지 않으므로 민중의 원한이 집적되어 종국엔 가문이 파멸에 이르게 됨을 가리킨다. 축재에 혈안이 되어 있는 보통사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가진 자의 힘을 정의라고 구가하는 재벌들이 되새겨 주실 간절히 바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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