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 _⑤ 승련사 승련선원
[불기2534(2007년)
작성자
전국비구니회
작성일
2018-06-22 14:20
조회
2746
[기획특집Ⅰ] 전국비구니 선원 탐방
승련사 승련선원
승련사로 가는 작고 소박한 시골길은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우리들에게는 정겹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주변의 논과 밭은 온통 녹색으로 옷을 입은 것처럼 가득히 곡식들이 심겨져 있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결실을 기다리는 것이 눈 푸른 납자들이 빳빳하게 날이 선 채 공부하는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산하대지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만행산(萬行山)
남원 산동면과 보절면의 경계에 있어 그 뿌리가 저 멀리 무주 덕유산에 있다. 덕유산은 남쪽으로 뻗어가다 장수에 이르러 두 갈래로 갈라져서 하나는 동남쪽으로 가다가 지리산줄기가 되고, 다른 하나는 서남쪽으로 가다 만행산 줄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만행산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굽이굽이 돌아가는 초입이 신비한 무엇인가를 품은 느낌이 들어 고개들어보니 꼭 연꽃봉우리처럼 생긴 연화봉이 청초한 느낌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 작은 연지가 보인다. 아마도 사찰입구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
연지에서 조용히 작은 빗방울을 맞으며 서있는 白蓮과 紅蓮은 함께 어우러짐이 푸른 숲속과 대비되어 푸르름이 더 빛이 나고 있었다. 그 길 끝자락에 소박하면서도 장엄미를 갖춘 승련사가 천년의 역사를 담고서 소나기가 그친 여름날 태양아래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승련사는 창건연대는 알 수 없지만 신동국여지승람 제39권 전라도 남원도호부편에 고려시대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李穡)이 지은『승련사기(勝蓮寺記)』에 중창연대가 기록되어 있다
승련사의 옛이름은 金剛寺다. 홍혜국사 중긍이 궐내의 내원당에서 나와 남원 금강사에 머물며 중창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입적하자 졸암 연온선사가 설계하고 화주하고 宗閑선사와 함께 공민왕10년(1361년)에 111칸 규모의 대가람을 준공한다. 이 때 이름을 금강사에서 승련사로 바꾸게 된다. 이색은 자신의 글에서 금강사와 승련사 둘 중에서 고르라면 자신은 승련사보다 더 굳고 강인한 느낌이 있는 금강사를 택했을 거라며 아쉬워하는 걸 보니 승련사가 경치가 좋고 심신을 평화롭게 한다고 좋아했다던 말이 맞긴 한가보다. 금강사는 이곳이 정통밀교의 대승불교도량임을 나타내는 이름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것은 연화봉아래 높이 2m 길이 10m의 비석바위에 70cm크기의 화염무늬2개, 즉 깨달음 최고의 순간을 空으로 표시한 瑜伽心印유가심인과 옴마니반메훔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신라의 구법승들은 당나라와 천축에 가서 배워온 정통밀교 수행법과 특히 선무외, 금강지. 불공 三師의 영향이 신라수행풍토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다 허물어진 금강사로 내려온 홍혜국사가 중창를 꿈꾸었고, 그가 입적하고 문도들에 의해 추대받아 중창불사를 이룩하고 이 절을 승련사로 개칭한 졸암선사는 송광사의 16국사 가운데 제 13대 각진 국사 복구의 문인이다. 그 뒤를 이어 중창불사를 마무리한 구곡 각운선사는 조계종 종조 태고 보우의 법통을 이은 법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승련사가 예사로운 수행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고려시대의 불교이다. 현재 한국불교의 성격이 이때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말에 전래, 수용된 선은 고려에 와서 독자적인 전개를 하며 구산선문을 완성하였고, 현재 조계종의 원류가 이 시대에 확립되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태고 보우선사의 뒤로 환암 혼수, 구곡 각운, 벽계 정심, 벽송 지엄으로 이어진 것을 보아 이곳 승련사는 한국불교 선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력을 지닌 도량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 진다.
현재의 승련사는 비구니선원이다.
승련선원의 선원장은 이곳 주지스님께서 겸임하시며 납자들을 이끌고 계신다.
대웅전 옆으로 나란히 지어진 선원에서는 현재 30여명의 납자들이 정진중이다.
주지 경훤(敬?)스님은 승련사를 중창하려는 원력을 세우시고 30여 년 전에 이곳으로 오셔서 대작불사를 하셨다. 폐허의 승련사지가 스님의 원력으로 지금은 많은 수행자들이 화두 타파에 혼신을 쏟으며 열심히 정진할 수 있는 도량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금방 따서 삶은 구수한 냄새 가득한 옥수수를 내오시니 편안한 분위기로 대담을 할 수 있었다. 주지스님과 입승 성현(性玄)스님의 말씀이 이곳은 특별한 시주단월이 없이 안면 있는 스님들의 도움으로 선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도량 어느 곳에서도 곤궁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넉넉하고 기품있어 보인다. 아마 그것은 경제적인 상황이 아니라 선방에서 공부하시는 스님들의 기운과 후원 대중들의 외호하는 마음이 있어서 인 듯하다. 납자들의 올곧은 한 생각으로 도량가득 선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승련사 선원만의 규칙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지스님께서는 선원청규에 입각해서 수행한다며 눈짓으로 앞을 보라 하셔서 돌아보니 발우대 옆에 입당오법(入堂五法)이 이 작은 액자에 또렷이 쓰여져 있었다.
1.下意 2. 慈悲 3. 恭敬 4. 知次第 5. 不設餘事
이 다섯은 공부인이라면 누구나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평소 과묵하고 말씀이 없어 뵈는 주지스님의 가르침으로는 안성맞춤처럼 느껴진다.
선원의 지도방침이나 승련선원의 가풍에 대해 여쭈니 전강 큰스님의 가풍을 이어 송담 큰스님의 테이프를 들으며 신심을 고취시킨다고 한다. 월요일엔 전강 조실스님의 법문을 테이프로 듣고 목요일엔 송담 큰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참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큰방옆에 있는 마루의 한쪽 벽면이 모두 CD와 테잎으로 가득한데 주지스님께서 항상 수좌들이 들을 수 있는 법문을 먼저 들으시고 그 철 선방 대중들의 근기에 따라 순서를 정해서 법문을 골라 듣게 한다고 했다.
인천 용화사에서 결제해제를 하며 이때는 용화사에서 전강큰스님의 육성테이프를 먼저 듣고 다음 송담스님께서 직접 법좌에 올라 안거 법문을 하시는, 좀 특별한 방식의 결제와 해제를 하는 것 같다.
지도방침에 대해서는 입승스님께서 주지스님에 대해 예불이나 발우공양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모든 면에서 말씀 없이 행동으로 실천하시는 수행승의 모습 그 자체이기에 후학들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따라서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스님은 항상 부지런히 법문을 듣고 때에 맞게 법문을 선별해서 들려주시며 수좌 스님들 공부에 도움을 주시고자 노심초사 하신다고 선원장스님께 고마움을 표현하였다.
수행 중에 일화 같은 것이 있느냐고 어쭈었더니 82세 되신 노스님도 철을 나러 오셔서 계시는데 연로하시지만 젊은 수좌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계신다고 했다. 새벽 2시부터 일어나서 금강경 독송하고 108배를 빼놓지 않고 하며 저녁 늦게까지 정진을 열심히 하고 계신다고 한다.
주지스님의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라고 하자 대중스님 공부하는데 후원이 약해서 마음이 많이 쓰이는데 후원이 잘 짜여서 산철 결제도 같이 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하신다. 현재는 선방 대중이 모든 소임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한다.
8안거 의무와 실제공부를 위한 스님들과의 차이점이 있느냐고 하는 질문에 분위기가 산만해지다가도 큰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참선의 분위기를 다듬어서 신심을 고취하기 때문에 꼭 8안거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선원에서 열심히 참선을 하는 대중들을 보고는 분발심을 내어 대중의 참선 분위기에 잘 동화되어 열심히 공부를 지어가고 있어서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주지스님이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여쭈었더니, 명당이라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신다. 다른 곳에 살 때는 힘이 들었는데 여기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하고자 하는 일이 다 이루어진다. 먼저 법당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불사를 시작하면 별무리 없이 성취가 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님들도 여기에 와서 수행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아파서 입승을 못 보겠다던 스님도 소임을 살면 몸도 가벼워져 소임을 잘살게 되고 하는 것을 보면 도량의 기운이 수좌들이 소임을 사는 데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 하며 아마도 도인이 많이 배출된 도량이라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을 이 도량에 살면서 하게 된다고 말씀하시는 주지스님의 모습에서 또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공부인의 확신 같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 여름에 송광사 박물관장 스님이 오셔서 진안탑사 아래 금당사에 남원 만행산 금강사 부처님이 계신다고 해서 가보니 어떻게 옮겨졌는지 모르지만 아주 큰 부처님이 그곳에 계셨다고 한다. 큰 스님 말씀에 어딘가에 이 사찰에 대한 흔적이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그 흔적이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주지스님의 원력으로 꼭 그 부처님을 다시 이곳으로 모셔오셨으면 한다고 교무부장 스님께서 말씀을 하셨다. 주지스님이 이곳 승련사에 오신 지 20여 년 되었는데 그동안 큰 산불이 2번, 법당 1번, 바깥 1번으로 모두 4번의 불이 났고 그리고 뒷산의 연화 봉과 절 아래 연화지가 풍수지리학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도인이 날 수 있는 도량이라 했는데 그래서 수좌스님들이 조용히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시대적 요청에 따른 선원변화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을 드리자,
“ 참선을 한다는 것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로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화두 참구하여 마음을 깨치는 공부라 할수록 어렵고 어떻게 강원을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바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선을 하는 사람은 참선을 하고 포교하는 사람들은 포교로써 선객들이 못하는 부분을 지금처럼 잘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결제중에 병이 났을 때는 병원을 가면 되지만 이곳 스님들은 스스로 자신을 잘 다스려서 별로 걱정하지 않아요.”며 웃으신다.
탁마에 대해서 입승스님은 2-3명씩 토굴에서 정진하기도 하고 또 만행을 하는 스님들도 있고 여기 승련 사에 머물며 산철결제를 하는 스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를 지어가고 있다. 선객들이 해제를 하고 공부점검을 하러 가는 곳이 있는지 또 비구니 스님께 법을 물으러 가는 선객들이 있는 지라는 질문에 달리 가는 곳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알아서 가고 딱히 비구니 스님에게는 법을 물으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으며, 단 그분들이 계신 곳에서 철나는 방법을 택한다고.
종단에 건의 사항이 있는지의 질문에는, “어려움이 많아 종단에서 도와주면 좋겠지만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하였다. 노후대책에 대해서는 동대병원 같은 곳에서 스님들 종합검진 같은 것을 해주면 좋겠고 종단차원으로 스님들 노후복지를 살펴주었으면 한다고 하시면서 가사문제도 연차로 하면 낭비가 아닌가 물려받아서 입을 수 있는데, 각 사찰에 남아 있는 가사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가 없을 것 같고 가사를 새로 한다는 것이 수행자 가풍에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시며 가사를 새로 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고 하신다. 비구니회 교무부장 스님께서 통일가사에 대해서 타 종단에서 우리와 동일한 가사를 많이 수하다보니 전통 계승과 타종단과의 차별을 두기 위해 통일가사를 하게 되었고 법계대로 위의를 갖추기 위해서 통일가사는 꼭 하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요즘은 미얀마 등을 가서 그곳의 수행을 배워서 우리나라에 와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스님들도 많은데 우리나라에도 다녀보면 좋은 사찰이 비어 있는 곳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럴 때는 이렇게 좋은 도량에서 참선이나 기도를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되면 굳이 다른 나라로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입승스님의 말씀이다.
주지스님께 초심납자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 드렸다.
“전강 조실스님과 송담 큰스님 법문을 많이 들어야 해요. 초보자에게 공부하게끔 기초부터 자세하게 해놓으셨고 또 구비하고 있는 CD만 해도 700장정도 되는데 한 번만 다 들으면 누구든 다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한 말씀 한 말씀이 다 법문이고 필요한 부분이며 못 알아듣는 부분도 많지만 들으면 누구든 다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현대사회에 있어서 수좌들의 역할에 대해서 입승스님께 여쭙자,
“다니다 보면 빈 절도 많고 문을 잠그고 철을 나러 다니는 경우 많더군요. 이런 작은 암자나 사찰을 선객들에게 해제에 쉬어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젊은 선객스님들이 산철 같은 때에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조를 짜서 그 지역의 아이들에게 참선공부를 가르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우리 시대의 젊은 수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때가 되면 행동으로 옮긴다면 세상은 함께 살아갈 만한 도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젊은 수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예전엔 선객이 한 소식하기 전엔 누구를 가르치는 일을 경계했지만 혼탁한 이 세상을 밝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참선으로의 길을 모두에게 일러주고 이끌어주며 자신도 더욱 투철히 정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느낌이다. 화두를 참구하여 깨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간이 정신적으로는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이때에 내면의 나를 관찰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서로 화합하는 정신을 어린아이들에게 일러 주고 싶다는 순수한 입승스님의 바램이 꼭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이러한 생각을 들으면서 정말 선객과 포교일선에서 포교를 하는 스님들이 禪敎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으로 힘을 합쳐서 노력을 한다면 지금 타종교에 비해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 불교가 더욱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승련사의 고즈넉한 수행의 향기를 가슴에 담아 떠나 올 수 있었다.
승련사 승련선원
승련사로 가는 작고 소박한 시골길은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우리들에게는 정겹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주변의 논과 밭은 온통 녹색으로 옷을 입은 것처럼 가득히 곡식들이 심겨져 있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결실을 기다리는 것이 눈 푸른 납자들이 빳빳하게 날이 선 채 공부하는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산하대지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만행산(萬行山)
남원 산동면과 보절면의 경계에 있어 그 뿌리가 저 멀리 무주 덕유산에 있다. 덕유산은 남쪽으로 뻗어가다 장수에 이르러 두 갈래로 갈라져서 하나는 동남쪽으로 가다가 지리산줄기가 되고, 다른 하나는 서남쪽으로 가다 만행산 줄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만행산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굽이굽이 돌아가는 초입이 신비한 무엇인가를 품은 느낌이 들어 고개들어보니 꼭 연꽃봉우리처럼 생긴 연화봉이 청초한 느낌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 작은 연지가 보인다. 아마도 사찰입구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
연지에서 조용히 작은 빗방울을 맞으며 서있는 白蓮과 紅蓮은 함께 어우러짐이 푸른 숲속과 대비되어 푸르름이 더 빛이 나고 있었다. 그 길 끝자락에 소박하면서도 장엄미를 갖춘 승련사가 천년의 역사를 담고서 소나기가 그친 여름날 태양아래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승련사는 창건연대는 알 수 없지만 신동국여지승람 제39권 전라도 남원도호부편에 고려시대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李穡)이 지은『승련사기(勝蓮寺記)』에 중창연대가 기록되어 있다
승련사의 옛이름은 金剛寺다. 홍혜국사 중긍이 궐내의 내원당에서 나와 남원 금강사에 머물며 중창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입적하자 졸암 연온선사가 설계하고 화주하고 宗閑선사와 함께 공민왕10년(1361년)에 111칸 규모의 대가람을 준공한다. 이 때 이름을 금강사에서 승련사로 바꾸게 된다. 이색은 자신의 글에서 금강사와 승련사 둘 중에서 고르라면 자신은 승련사보다 더 굳고 강인한 느낌이 있는 금강사를 택했을 거라며 아쉬워하는 걸 보니 승련사가 경치가 좋고 심신을 평화롭게 한다고 좋아했다던 말이 맞긴 한가보다. 금강사는 이곳이 정통밀교의 대승불교도량임을 나타내는 이름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것은 연화봉아래 높이 2m 길이 10m의 비석바위에 70cm크기의 화염무늬2개, 즉 깨달음 최고의 순간을 空으로 표시한 瑜伽心印유가심인과 옴마니반메훔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신라의 구법승들은 당나라와 천축에 가서 배워온 정통밀교 수행법과 특히 선무외, 금강지. 불공 三師의 영향이 신라수행풍토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다 허물어진 금강사로 내려온 홍혜국사가 중창를 꿈꾸었고, 그가 입적하고 문도들에 의해 추대받아 중창불사를 이룩하고 이 절을 승련사로 개칭한 졸암선사는 송광사의 16국사 가운데 제 13대 각진 국사 복구의 문인이다. 그 뒤를 이어 중창불사를 마무리한 구곡 각운선사는 조계종 종조 태고 보우의 법통을 이은 법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승련사가 예사로운 수행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고려시대의 불교이다. 현재 한국불교의 성격이 이때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말에 전래, 수용된 선은 고려에 와서 독자적인 전개를 하며 구산선문을 완성하였고, 현재 조계종의 원류가 이 시대에 확립되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태고 보우선사의 뒤로 환암 혼수, 구곡 각운, 벽계 정심, 벽송 지엄으로 이어진 것을 보아 이곳 승련사는 한국불교 선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력을 지닌 도량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 진다.
현재의 승련사는 비구니선원이다.
승련선원의 선원장은 이곳 주지스님께서 겸임하시며 납자들을 이끌고 계신다.
대웅전 옆으로 나란히 지어진 선원에서는 현재 30여명의 납자들이 정진중이다.
주지 경훤(敬?)스님은 승련사를 중창하려는 원력을 세우시고 30여 년 전에 이곳으로 오셔서 대작불사를 하셨다. 폐허의 승련사지가 스님의 원력으로 지금은 많은 수행자들이 화두 타파에 혼신을 쏟으며 열심히 정진할 수 있는 도량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금방 따서 삶은 구수한 냄새 가득한 옥수수를 내오시니 편안한 분위기로 대담을 할 수 있었다. 주지스님과 입승 성현(性玄)스님의 말씀이 이곳은 특별한 시주단월이 없이 안면 있는 스님들의 도움으로 선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도량 어느 곳에서도 곤궁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넉넉하고 기품있어 보인다. 아마 그것은 경제적인 상황이 아니라 선방에서 공부하시는 스님들의 기운과 후원 대중들의 외호하는 마음이 있어서 인 듯하다. 납자들의 올곧은 한 생각으로 도량가득 선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승련사 선원만의 규칙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지스님께서는 선원청규에 입각해서 수행한다며 눈짓으로 앞을 보라 하셔서 돌아보니 발우대 옆에 입당오법(入堂五法)이 이 작은 액자에 또렷이 쓰여져 있었다.
1.下意 2. 慈悲 3. 恭敬 4. 知次第 5. 不設餘事
이 다섯은 공부인이라면 누구나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평소 과묵하고 말씀이 없어 뵈는 주지스님의 가르침으로는 안성맞춤처럼 느껴진다.
선원의 지도방침이나 승련선원의 가풍에 대해 여쭈니 전강 큰스님의 가풍을 이어 송담 큰스님의 테이프를 들으며 신심을 고취시킨다고 한다. 월요일엔 전강 조실스님의 법문을 테이프로 듣고 목요일엔 송담 큰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참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큰방옆에 있는 마루의 한쪽 벽면이 모두 CD와 테잎으로 가득한데 주지스님께서 항상 수좌들이 들을 수 있는 법문을 먼저 들으시고 그 철 선방 대중들의 근기에 따라 순서를 정해서 법문을 골라 듣게 한다고 했다.
인천 용화사에서 결제해제를 하며 이때는 용화사에서 전강큰스님의 육성테이프를 먼저 듣고 다음 송담스님께서 직접 법좌에 올라 안거 법문을 하시는, 좀 특별한 방식의 결제와 해제를 하는 것 같다.
지도방침에 대해서는 입승스님께서 주지스님에 대해 예불이나 발우공양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모든 면에서 말씀 없이 행동으로 실천하시는 수행승의 모습 그 자체이기에 후학들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따라서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스님은 항상 부지런히 법문을 듣고 때에 맞게 법문을 선별해서 들려주시며 수좌 스님들 공부에 도움을 주시고자 노심초사 하신다고 선원장스님께 고마움을 표현하였다.
수행 중에 일화 같은 것이 있느냐고 어쭈었더니 82세 되신 노스님도 철을 나러 오셔서 계시는데 연로하시지만 젊은 수좌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계신다고 했다. 새벽 2시부터 일어나서 금강경 독송하고 108배를 빼놓지 않고 하며 저녁 늦게까지 정진을 열심히 하고 계신다고 한다.
주지스님의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라고 하자 대중스님 공부하는데 후원이 약해서 마음이 많이 쓰이는데 후원이 잘 짜여서 산철 결제도 같이 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하신다. 현재는 선방 대중이 모든 소임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한다.
8안거 의무와 실제공부를 위한 스님들과의 차이점이 있느냐고 하는 질문에 분위기가 산만해지다가도 큰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참선의 분위기를 다듬어서 신심을 고취하기 때문에 꼭 8안거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선원에서 열심히 참선을 하는 대중들을 보고는 분발심을 내어 대중의 참선 분위기에 잘 동화되어 열심히 공부를 지어가고 있어서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주지스님이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여쭈었더니, 명당이라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신다. 다른 곳에 살 때는 힘이 들었는데 여기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하고자 하는 일이 다 이루어진다. 먼저 법당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불사를 시작하면 별무리 없이 성취가 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님들도 여기에 와서 수행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아파서 입승을 못 보겠다던 스님도 소임을 살면 몸도 가벼워져 소임을 잘살게 되고 하는 것을 보면 도량의 기운이 수좌들이 소임을 사는 데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 하며 아마도 도인이 많이 배출된 도량이라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을 이 도량에 살면서 하게 된다고 말씀하시는 주지스님의 모습에서 또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공부인의 확신 같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 여름에 송광사 박물관장 스님이 오셔서 진안탑사 아래 금당사에 남원 만행산 금강사 부처님이 계신다고 해서 가보니 어떻게 옮겨졌는지 모르지만 아주 큰 부처님이 그곳에 계셨다고 한다. 큰 스님 말씀에 어딘가에 이 사찰에 대한 흔적이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그 흔적이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주지스님의 원력으로 꼭 그 부처님을 다시 이곳으로 모셔오셨으면 한다고 교무부장 스님께서 말씀을 하셨다. 주지스님이 이곳 승련사에 오신 지 20여 년 되었는데 그동안 큰 산불이 2번, 법당 1번, 바깥 1번으로 모두 4번의 불이 났고 그리고 뒷산의 연화 봉과 절 아래 연화지가 풍수지리학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도인이 날 수 있는 도량이라 했는데 그래서 수좌스님들이 조용히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시대적 요청에 따른 선원변화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을 드리자,
“ 참선을 한다는 것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로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화두 참구하여 마음을 깨치는 공부라 할수록 어렵고 어떻게 강원을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바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선을 하는 사람은 참선을 하고 포교하는 사람들은 포교로써 선객들이 못하는 부분을 지금처럼 잘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결제중에 병이 났을 때는 병원을 가면 되지만 이곳 스님들은 스스로 자신을 잘 다스려서 별로 걱정하지 않아요.”며 웃으신다.
탁마에 대해서 입승스님은 2-3명씩 토굴에서 정진하기도 하고 또 만행을 하는 스님들도 있고 여기 승련 사에 머물며 산철결제를 하는 스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를 지어가고 있다. 선객들이 해제를 하고 공부점검을 하러 가는 곳이 있는지 또 비구니 스님께 법을 물으러 가는 선객들이 있는 지라는 질문에 달리 가는 곳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알아서 가고 딱히 비구니 스님에게는 법을 물으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으며, 단 그분들이 계신 곳에서 철나는 방법을 택한다고.
종단에 건의 사항이 있는지의 질문에는, “어려움이 많아 종단에서 도와주면 좋겠지만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하였다. 노후대책에 대해서는 동대병원 같은 곳에서 스님들 종합검진 같은 것을 해주면 좋겠고 종단차원으로 스님들 노후복지를 살펴주었으면 한다고 하시면서 가사문제도 연차로 하면 낭비가 아닌가 물려받아서 입을 수 있는데, 각 사찰에 남아 있는 가사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가 없을 것 같고 가사를 새로 한다는 것이 수행자 가풍에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시며 가사를 새로 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고 하신다. 비구니회 교무부장 스님께서 통일가사에 대해서 타 종단에서 우리와 동일한 가사를 많이 수하다보니 전통 계승과 타종단과의 차별을 두기 위해 통일가사를 하게 되었고 법계대로 위의를 갖추기 위해서 통일가사는 꼭 하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요즘은 미얀마 등을 가서 그곳의 수행을 배워서 우리나라에 와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스님들도 많은데 우리나라에도 다녀보면 좋은 사찰이 비어 있는 곳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럴 때는 이렇게 좋은 도량에서 참선이나 기도를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되면 굳이 다른 나라로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입승스님의 말씀이다.
주지스님께 초심납자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 드렸다.
“전강 조실스님과 송담 큰스님 법문을 많이 들어야 해요. 초보자에게 공부하게끔 기초부터 자세하게 해놓으셨고 또 구비하고 있는 CD만 해도 700장정도 되는데 한 번만 다 들으면 누구든 다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한 말씀 한 말씀이 다 법문이고 필요한 부분이며 못 알아듣는 부분도 많지만 들으면 누구든 다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현대사회에 있어서 수좌들의 역할에 대해서 입승스님께 여쭙자,
“다니다 보면 빈 절도 많고 문을 잠그고 철을 나러 다니는 경우 많더군요. 이런 작은 암자나 사찰을 선객들에게 해제에 쉬어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젊은 선객스님들이 산철 같은 때에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조를 짜서 그 지역의 아이들에게 참선공부를 가르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우리 시대의 젊은 수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때가 되면 행동으로 옮긴다면 세상은 함께 살아갈 만한 도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젊은 수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예전엔 선객이 한 소식하기 전엔 누구를 가르치는 일을 경계했지만 혼탁한 이 세상을 밝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참선으로의 길을 모두에게 일러주고 이끌어주며 자신도 더욱 투철히 정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느낌이다. 화두를 참구하여 깨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간이 정신적으로는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이때에 내면의 나를 관찰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서로 화합하는 정신을 어린아이들에게 일러 주고 싶다는 순수한 입승스님의 바램이 꼭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이러한 생각을 들으면서 정말 선객과 포교일선에서 포교를 하는 스님들이 禪敎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으로 힘을 합쳐서 노력을 한다면 지금 타종교에 비해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 불교가 더욱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승련사의 고즈넉한 수행의 향기를 가슴에 담아 떠나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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